
●리얼로봇 -일상의 리얼.
리얼로봇이란 일종의 시대를 대표하는 유행을 일컫는 말로, 애니메이션이나, 단순한 유행에서 현재는 하나의 장르로써의 역할을 하고 있다. 1980년대에 들어 전성기를 맞은 리얼로봇중에 가장 리얼한 로봇물들을 들자면 역시 패트레이버를 빼 놓을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대개의 리얼 로봇이 설정과 배경, 그리고 인간관계를 통한 리얼함으로 리얼로봇의 지위를 얻어 냈다면, 패트레이버는 리얼한 사회와 사람들을 그려 냈기에 진짜 리얼로봇이라고 불릴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런 리얼함 때문에 패트레이버를 보다 보면, 레이버들이 우리가 주위를 돌아보면 있는 이 사회에 자연스럽게 첨가되어 있는 것 같은 착각마저도 불러 일으킨다. 이것은 패트레이버가 일상적인 면을 자주 조명하는 측면이 강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애니메이션이 현실과도 다른 어떠한 생경함을 주는 부분은 애니메이션에서의 이야기가 일상적 측면보다도, 약간은 거대 담론적인 이야기와, 그 거대 담론에 맞추어 인물의 특정적 성격이 비 정상적으로까지 극대화 된 특이한 인물들을 가지고 이야기를 진행하는 점 때문일 것이다. 이것은 단기간에 인물의 특징을 잡아 설명해야 하는 여러 매체들의 경우에 도드라 지는 부분으로, 드라마를 보더라도 현실보다 더 인물의 성격을 극대화 시킴으로써 인물간의 개성을 부여하고, 이야기를 인물을 통해 잡아 낸다. 그러나 패트레이버는 성격적 특면의 몇몇부분에서의 강조는 그다지 중요하게 부각 되지 않고 그러한 성격적 특성이 이야기의 대표격으로써의 인물관이 되지는 않는다. 이영도씨의 판타지 소설 폴라리스 랩소디가 인물들의 성격적 특성을 역활화하고, 그것을 거대담론으로 이어 이야기를 전개 해 나간다고 볼수 있겠다면, 패트레이버는 그러한 인물들의 특성적인 성격이 이야기의 큰 맥락과는 그다지 관계가 되어 있지 않은 채, 사건과 이야기 자체를 통해 큰 이야기를 끌어 내고 있다. 게다가 그러한 인물들의 성격의 상이함 또한 그렇게 극대화 되어 있지는 않다.
이러한 패트레이버의 지점은 패트레이버에 있어서 좀 더 일상적이고 더욱더 리얼한 생활을 만들어 주는 가장 큰 요소라고 생각한다. 과장되거나 극대화가 이야기의 큰 담론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 캐릭터의 성격상의 특징이 그렇게 강조되어 부각되지 않는 것은 애니메이션이라는 가상 매체가 근본적으로 가질 수 밖에 없는 현실과의 생경함을 한층 덜어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특차 2과 & 기획 7과 -여러 감정이 교차하는 인간적인 단체.
위에서도 말 하였듯 그러한 과도한 캐릭터성을 절제하여 얻어지는 리얼리티는 특차 2과라는 조직의 일상적인 현실성과 접합되어 더 리얼함을 부가한다. 사실 사람이 단체로 지내면서 항상 아군조직, 적군조직으로 나뉘어서 적과는 항상 싸우고 아군과는 항상 친하게 지낸다는 것은 말도 안될 뿐더라 사람에 대한 과도한 믿음이다.
사실 단체생활은 구성원과 사이가 나빠졌다가도, 다시 좋아지다가도 하는 것이 더 인간다운 사람간의 관계이고, 훨씬 더 리얼하게 짚어 낸 지점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사람들이 살아가면서 한차례도 싸우지 않고 살 수 있을까? 특차 2과의 일상은 이렇게 작은 사건들 가운데 서로 감정이 상하기도 하고 싸우면서, 그리고 서로간의 아쉬운 감정도 풀어나가면서 살아가는 모습의 단체이다. 우리의 일상에서도 자주 찾아볼 수 있는 모습이고, 그런 면이 특차 2과의 주인공들을 애정어린 눈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하는 부분이다. 그러나 어느정도 그러한 인간관계간의 트러블이 그 해결이 그나마 포지티브하게 해결되는 것을 보면 특차 2과는 좀 긍정적인 측면에서의 인간단체의 조명이라고 볼 수 있겠다.
특차 2과가 그런 포지티브 한 측면에서의 인간관계라면 기획 7과의 경우는 조금 다르게 볼 수 있다. 애초에 그 구성원들이 리차드 왕이라는 카리스마적 인물아래 뭉친 것이며, 그 리차드 왕의 개인적인 이익을 보좌하면서, 자신들의 이익을 추구하기 위한 것이 기획 7과 이다. 따라서 기획 7과의 경우는 좀 더 냉정하고 위계적이다. 어떻게 보면 하나의 기업 프로젝트 팀과도 같은 면모를 보여주기도 한다. 이러한 면모를 특차 2과와 반대급부로 네거티브라고 표현하는 것은 좀 어불성설이겠지만, 특차2과와는 다른 측면에서의 인간관계를 보여주기도 한다.
●현실 문제 제기 -간접적 조명의 탁월성.
패트레이버를 더욱 더 리얼하게 만들어 주는 요소는 일본의 사회에 대한 직, 간접적인 문제제기이다. (상대적으로 여타 만화를 비교해 봤을 때 어떻게 보면 직접적이라고 볼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폐기물 13호의 에피소드는, 바빌론 프로젝트라는 무모한 해안개발에 대한 문제점과 더불어 인간의 유전자 자멸론도 살짝 맛보기로 보여 주고 있고. 더불어 아직도 주일미군에 많은 영향과 압력을 받고 있는 일본의 모습 또한 반영하고 있다. 샤프트 엔터프라이즈의 행보 또한 이윤만을 추구하고 그 외의 것을 무시해 버리는 현대기업들의 모습을 반영하기도 한다. 또, 우주용 레이버 "우리별"(일본 원판 이름은 잘 모르겠음)에서는, 대기업의 합리화 경영으로 인한 노동인력들의 과로문제와, 하청기업의 부도,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배척등을 다루고 있다. 버드 리너트를 추적하는 과정을 통해 아이를 유괴하여, 파는 조직 팔레트를 통해 인신매매에 대한 문제또한 다루고 있으며, 시노하라 중공의 부정과 관련된 에피소드에서는, 언론들의 가쉽거리에 대한 욕구와 그로 인한 스캔들과, 피해를 입는 사람들에 대한 문제를 얘기함과 동시에 급성장을 위해 부정을 수단으로 사용하는 기업들의 행태에 대해서도 지적하고 있다.
그리폰과 잉그램의 대결은 사실 시노하라와, SEJ 두 기업의 대리 실험전이라고도 볼 수 있다. 그러나 패트레이버에서는 그러한 사실들에 대해 깊게는 들어가지 않는다. 다만 일종의 겉핡기를 통해 사람들에게 "이런 것들이 있다." 라는 것을 보여 주는 듯 하다, 그리고 유우키 마사미라는 작가 자체의 밝은 분위기는 그러한 문제들이 어느정도 선에서 더 이상 작품의 분위기를 침범하여, 캐릭터들의 비중이 약해지고 이야기의 흐름이 깨지는 것을 막는다. 그렇기에 패트레이버는 밝으면서도 분명하게 그것이 리얼하다고 느낄 수 있다.
사실 사회에 대한 직접적인 비판보다는 작품 안에 살짝 녹아 들어가 있거나, 우회적으로 표현하는 것이 훨씬 더 고차원적인 방법이다. 여기에 대한 설명은 아이돌그룹 H.O.T의 사회비판노래에서의 직접적인 표현이 얼마나 유치하고 가볍게 느껴지는지를 생각해 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직접적인 비판의 제시는 도리어 리얼함을 해치는 요소로써 작용할 수 있다고도 할 수 있다. 거기에다가 사실 사회적인 문제는 사회의 다양한 측면이 복합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직접적인 조명을 통한 어느 한 측면만의 강조는 사실 위험할 수 있는 부분이다. 그런점에서 패트레이버의 사회 문제점 제기는 리얼함을 더해주면서도 적절한 수준에서까지만 리얼함을 제기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본다.
●리얼한 악당 - 리차드 왕.
리차드 왕이야 말로 현대 사회에 있을 법한 리얼한 악당으로 볼 수 있겠다. 리차드 왕은 거대한 음모를 꾸미지도 않고, 거대한 사회적인 목적이나 파괴를 추구하지도 않는다. 리차드 왕이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것은 '이윤' 이라는 것으로써, 그리폰이 데몬스트레이션을 위한 것이라던지, SEJ내에서의 정치적인 행보는 자신의 개인적인 이윤을 극대로 추구하기 위한 행동으로 볼 수 있다. 자본주의 사회의 악당은 사실 이정도는 되어야 진정으로 리얼한 악당이 아닐까? 돈을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그 접근 방식 또한 허황된 거대 담론보다는, 상대적으로 미시적인 측면의 이득의 추구는, 정말 '이럴법한 인물도 있겠다.' 라는 상상을 던져주게 된다. 리차드 왕이라는 리얼한 악당의 존재 또한 현실 공간의 리얼이라는 느낌을 강하게 주는 요소인과 동시에 현실사회의 문제점도 제기할 수 있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결론 -간접적 조명의 탁월성.
결국 패트레이버가 주는 리얼함이란 메커닉의 리얼함 또한 한 몫을 하지만 그것 보다는 일본 사회에서 겪을 수 있는 다양한 문제와 인간관계에 대해 리얼하게 조명을 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 가능하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점에서 보면 사실 패트레이버는 리얼로봇이라기 보다는 리얼로봇을 넘어서서 리얼한 현실을 레이버라는 가상 매체를 통해 약간 거리를 띄우면서 간접성을 부여하나, 현실이라는 사회를 확실히 조명하는 리얼만화라고 보는 편이 더 낫다고 볼 수 있겠다. 이런 간접적 조명은 유우키 마사미 본인의 천부적인 재능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드는데, 최근에 연재하고 있는 철완 버디를 보더라도 그러한 맛을 잘 느낄 수 있다.
어찌 되었건 패트레이버가 취하고 있는 현실조명의 방식은 상당히 탁월한 방식이라고 본다.
p.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