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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웅 F:/예술은비싼술



 

이정웅, 사요나라(さよ-なら)  fare well
oil on panel 122 x 244 cm 2007


 아 예, 화단에서 한창 활동중인 중견작가 이정웅이 아닌 저희 과 형이자, 이제 갓 출발하는 작가 이정웅입니다. 네,, 뭐 본 글은 어떠한 목적이나 청탁으로 쓰이지 않았습니다. 제가 그럴만한 위치나 능력도 아니고요. 단지 그냥 여러분들께. '우리과에 이런형이 있는데. 그림좀 보세요.' 정도로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


1. 옛날 옛적의 내러티브.

 사실 내러티브의 의미는 대단히 다양하게 쓰일 수 있지만 여기서는 회화 안에서, 화면 안에서의 내러티브를 언급하고자 합니다. 화면안에서의 내러티브는 사실 지금도 계속 지속적으로 존속해 오는 형태죠. 지금도 회화는 존재하고, 그 안에 이야기를 담는 회화는 존재하니까요. 그렇지만 주류회화라는 것도 있고, 그 회화의 흐름의 주축이라는 것도 존재 하겠죠. 그런 주축의 흐름안에서 보면 회화안의 서사는 사실 낭만주의 이후로는 슬슬 파괴되어 간다고 보는게 맞을겁니다. 인상주의는 카메라 발명 이후의 새로운 시지각을 창출하려는 작가들의 움직임이었고, 신고전주의처럼, 어떤 특정한 의도를 전달하기 위해 잘 구축된 구도와, 인물, 사건의 배경은 사실 거의 없다고 봐도 좋을듯 합니다.
 신고전주의는 고전의 상황을 이용하고, 인물이 취하고 있는 포즈와 상황 하나하나를 대단히 잘 계산해서 배치하고, 구축했지요. 그것을 통해 그림이라는 것 자체가 이야기의 재현이자, 재구축이 되는 것이지요. 좀 조악하지만 신고전주의의 시각을 이렇게 생각하시면 됩니다. 소설의 애니메이션 화라고 생각하면 이해는 쉬울듯 합니다. 사실은 훨씬 복잡하지만요.

이정웅, 소나기(소녀의 죽음)
oil on canvas 81 x 116 cm 2007


 인상주의는 이런 회화안의 내러티브(이야기,서사)를 배제합니다. 마네나, 모네를 봐도 그렇지요. 그림에 그려지는 소재들은 물감이나 캔버스와 같은 그림을 그리는 재료로써만 사용될 뿐이지, 그 소재들이 그림 자체에서 어떤 특별한 의미를 담고 있거나 하지는 않지요. 정물화, 풍경화가 인상주의 화가들에 의해 많이 그려졌다는 것을 생각하면 대상을 대하는 태도가, 신고전주의 화가들과는 꽤나 다름을 느낄 수 있을 겁니다.
 음 물론 사실주의, 고갱의 상징주의 계열은 그렇진 않았고, 비단 인상주의만이 당시의 회화의 주축이라고 보기는 뭣하지만요. 중요한건 화면안의 서사성이 절대적으로 존재할 필요가 없다고 말한게 중요한거죠.
 사실 마네의 '풀밭위의 점심식사'를 많은 사람들이 비판하고 조롱했던 이유는 서사성의 부재였기 때문입니다. 이전의 그림에서는 유명인의 초상이나, 성경이나, 그리스, 로마의 신화, 역사를 그림으로써 그림과 서사는 떼어 놓기 어려운 것이었는데, 마네는 풀밭위에 나체의 여인 하나와 남자 둘만 그려놨거든요. 그 당시의 기준으로 그림이 가져야 할 서사라는게 완전 없어져 버렸으니 황당할 수밖에요. 
 이게 추상으로 가면 서사의 시옷자도 없이 완전히 사라져 버립니다. 회화가 점점 더 색과, 화면의 배치로 작용되는 것 자체로만 생각하기 시작하는 거죠. 한동안 회화에 서사를 넣는다는 것은 왠지 좀 고리타분하거나, 새롭지 않거나, 대체 그걸 왜 하는지라는 빈축만을 사던 게 화면안의 서사였죠.

이정웅, in the kingdom
oil on canvas 162 x 130.5 cm 2008

 


2. 요새들어 부각되는 개인.

 현대에 있어 문화가 대중화 되면서 개인이라는 존재의 부각능력은 더더욱 강해지는 것 같습니다. 일단 이 블로그라는 체제만 보아도 그렇죠. 블로그는 평범한 개인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평범하지 않은 개인으로 만들 수 있는 원동력을 제공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대중화는 문화적 주체를 모호하게 만든다고 하지만, 사실 그 모호함은 여러군데로 분산되니까 잘 보이지 않게 될 뿐이지요. 이말 뜻은 결국 더 많은 사람들이 이런 부각의 기회를 더 많이 얻는다는 것을 뜻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개인의 일상은 단순히 하잘것 없는 보통일로만 치부되기는 어렵겠지요. 원래 개인이라는 존재 안에서도 사회의 통시적인 흐름이 반영되기도 합니다만. 더더군다나 현재와 같이 개인의 부각이 쉬운 경우에는 블로깅이나 싸이월드와 같은 다양한 미디어 매체들은 일종의 '관음증'을 경계해야 할 만큼 개인의 일상을 노출시킵니다. 당장 이글루스만 봐도 자신의 블로그를 일기로 쓰시는 분들의 경우가 그렇지요. 개인의 일상은 이전보다 훨씬 더 부각될 수 있는 위치에 놓이게 됩니다. 
 이런 개인화는 좀 다른 시각으로도 볼 수 있습니다. 현대인의 시지각의 범위와 인지의 범위가 개인이라는 한정된 범주 이상을 벗어나지 않는다는 것이지요. 눈에 보이는게 좁거든요. 너무 가깝고요. 또한 손에 닿는 곳에 원하는 것을 구할 수 있으니 굳이 무언가를 얻기 위해 큰 고민을 할 필요가 없습니다. 생활권역이 넓어진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좁아지는 중이죠. 여행지는 생활권역이 아니니까요.  굳이 거시적인 담론을 하지 않는 것도, 철학보다도 자신을 먹여 살리는 경제에 더 관심이 많은 이유는 이것 때문입니다. 쉽게 말하자면 이기적인 거지만, 다르게 말하자면 시각체계가 다른거죠. 이것이 회화의 영역으로 들어가게 되면 어떨까요? 

 최근들어 많은 제 동년배 학생들의 작업에서 개인의 일상이 강조되기 시작한 것 같습니다. 항상 개인이 먹고 마시는 음식들, 메이커 가방이나 의류들이 회화의 영역안에 하나의 시각기호로써 들어가기 시작하고, 개인의 일상이 회화안에 서사로써 화자되고 있더군요. 글쎄요. 이것을 단순하게 현재 학생들이 미술에 대한 이해가 떨어진다고 치부하는 경우가 많은데 저는 좀 불만입니다. 제 생각에는 이게 새롭게 등장하는 하나의 경향이라고 봅니다. 애초에 지각의 범위가 위의 세대와는 차원이 다르게 미세하고, 지엽적인게 우리 세대입니다. 흠, 당연히 미술에서 표현하는 영역도 자신의 주변 영역을 훨씬 더 중점적으로 다루 겠죠. 애초에 공간 감각이 다르다는 얘기.


이정웅, 회자정리(者定離) Those who meet must part
oil on canvas, 91 x 118 cm, 2008


3. 일상과 주변인.

 이정웅의 회화는 언뜻 보기에는 난해함을 최고의 덕목으로 삼는 현대회화의 덕목을 어느정도 따르는 것으로 보입니다. 얼핏보기에 해석이 안되어, 당황스러우며 그 당황스러움 자체로 작품에 신경쓰게 하는 전략 말이죠. 얼핏 보면 이정웅의 회화는 예쁘고, 고전적이지만, 그 안에 담겨 있는 이야기들은 사실 너무 현실과 동떨어진 상황이어서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난감한 감이 없잖아 있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석이 아주 안되는 것은 아니고, 제목과 코멘트를 통해 유추할 수 있으며 현대회화 치고는 쉬운편이긴 하죠.

이정웅, ambiguous_underwear
oil on MDF 2007

 그렇지만 여기서 이 그림에 등장하는 중심 인물들에 대해 어느정도 알고 있다면, 그러니까 이정웅의 인간관계에 대해 어느정도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단순히 독해하기 어려운 난독으로만 다가 오지는 않습니다. (그러니까 저같은 사람이요;;;; ) 회화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모두가 이정웅의 친분있는 주변인물들로 구성이 되어 있습니다. 이야기의 중심 소재는, 이정웅의 일상과 크게 밀접한 연관을 가지고 있고 일상에서 이정웅이 느끼는 감정들은 화면안에서 하나의 상황극으로 연출하여 만드는 것이지요. 재미있는 점은 그러한 감정적 연출의 극적 표현입니다. 

이정웅, 마지막 충고 last advice
oil on canvas, 65 x 91 cm, 2009


 희화적인 상황을 만들어 내고, 그 안에 연출되는 분위기들 안에는 이정웅이 보여주고 싶은 본인의 일상사가 담겨 있습니다. 그렇지만 이러한 일상사의 화자는 자칫 잘못하면 이도저도 아닌게 될 수 있지요. 사실 사람들이 개인의 일상사에 대해서 아무 관심이 없습니다. 그 사람의 일상사에 관심이 있는 경우는 사실 그 사람에게 관심이 있는 경우에 한정되어 있지요. 
 이런 리스크를 극복하기 위해 이정웅의 회화는 극적인 연출을 사용합니다. 비현실적이고 역동적인 상황의 연출은 이것을 단순한 일상사가 아닌, 관람자들에게 여러가지 생각과 의문을 품을 수 있는 하나의 꺼리를 제공하게 되는 것이죠. 동시에 그러면서도 개인의 일상사가 밀접하게 보인다고 생각합니다. 
 현대 회화에서의 서사는 사실 터부시 되어 왔지만 이정웅을 비롯하여 한국의 많은 작가들이 일상사에 대한 여러가지 재 고찰을 시도하려 하는 모습을 보면 회화의 서사라는 것이 다시금 조명되기 시작하는 때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http://blog.naver.com/urajil0901
작가의 네이버 블로그 입니다. 작가의 회화에 대한 멘트와 그림이 같이 있습니다.
최근에 하는 전시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덧글

  • Daimon 2009/05/08 20:46 #

    포스팅의 내용과 상관없는 것이긴 하지만 ^^;;

    회화 안에서 이야기를 담아내는 의미의 서사는 점점 사라지고 있지만 반대로 시간적인 흐름의 의미에서 서사의 개념은 현대미술(특히 설치미술)에 적극 사용되고 있는 것이 매우 흥미롭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음악과 미술의 본질적인 차이가 그곳에 있다고 생각하는데 현대의 작품에서는 그런 구분을 하는 것이 큰 의미가 없어졌지요. 음악도 이야기를 담아내기 보다는 인상주의적 이미지나 스타일, 색채적 표현에 집중하니까요.


    음.. 개인의 상징, 이야기, 일상사에 집중하는 것이 현대 포스트 모던한 예술의 경향이자 특징이 아닌가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런 경향을 미술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니 역시 업계 내부의 사정과 바깥에서 볼 수 있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는거 같군요. ^^

    덕분에 좋은 그림, 설명 잘 봤습니다. 저도 대중들에게 공감받기 힘든 개인적인 이야기가 가지는 리스크에 대해 약간의 부정적인 생각과 함께 어떤 방식으로 극복할지 궁금함을 가졌었는데 이런 방법도 있군요. =)
  • tranGster 2009/05/09 00:05 #

    흠. 그렇지요. 최근에는 설치미술에도 감성이 많이 함유되거기도 합니다. 개인적인 성격과 같은 것도요.
    저번 2008~09 국립현대미술관의 젊은 모색전의 고등어라는 여성 작가분이 특히나 그렇지요. 감성적이고, 개인의 체험이 체화되어 나오는 설치들이랄까요.

    일상사에 관한 이야기는 좀 고민해 볼 필요는 있습니다. 사실 일상을 다루면서, 작품 자체도 결국 일상화 되버리며, 아무런 매력을 주지 못하는 위험성이 존재 하거든요.

    사실 일상적인 소재는 현대의 흐름을 잘 반영하면서도, 위험한 소재라고 생각합니다. 개인의 일상이 타인에게 공감을 줄 수 있는 지점까지 닿으려면 사실 정말 잘 표현해야 하거든요. 개인이 타인의 일상에 사실 본질적으로 그렇게 관심이 있는게 아닌지라...... 싸이월드의 관음을 들며, 개인에 대한 타인의 관심에 대해 이야기 하지만, 사실 그건 개인 자체에 대한 관심이지 그 사람의 일상 자체에 대한 관심은 아니니까요.

    여기서 중요해 지는게 표현이죠. 사실 어떠한 소재이건간에 어떻게 그 소재를 가지고 표현해 내느냐에 따라 좋은 작업이 되느냐, 재미없는 작업이 되느냐가 결정되기 마련이죠.

    어떻게 보면, 더 어렵지 않은가 합니다^^ 사실 그래서 미술쪽의 기존 교수님들이나, 평론가들이 비판을 제기하는 부분이 있는거죠. 특히나 학생들 작품에서 때때로 일상을 너무 일상적으로 표현해서 문제가 되는 부분이 많이 보이기도 하고요. 에, 물론 세대간의 시각의 간극도 있다고 보고요.
  • Daimon 2009/05/09 01:42 #

    아- 그렇군요. 고등어 작가님. 저도 젊은 모색전에서 재미나게 보았었죠. 설치미술에서는 마치 아네트 메사제를 연상시키는듯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분은 본래 미술 전공이 아니어서 그런지 표현 방법이라던지 접근법 자체가 무척 생경했죠. 그래서 더욱 그러한 비판을 받는 것일지도 모르겠어요.

    좋은 답변 감사드립니다. =)
  • tranGster 2009/05/09 08:55 #

    헉 고등어씨가 요런 비판을 받지는 않았습니다;;;

    제가 졸면서 쓰다보니 답이 엉망이었군요;;;;

    제가 한 일상화의 비판론은 주로 대학교 교육에서 나오는 이야기입니다^6;;;
  • 륜돌이 2009/06/04 20:13 #

    작년쯤? 졸업전시를 인상깊게 보았습니다.
    이렇게 인터넷에서 이 그림을 다시 볼 수 있다니 좋네요^^
  • tranGster 2009/06/04 22:04 #

    하하. 이 형이 아마 계속 작가 활동을 하신다니 눈여겨 보시면 다른 전시도 보실 수 있을 겁니다.
  • CowboyBlues 2009/06/18 11:10 #

    참 배울만한 점이 많습니다.
  • tranGster 2009/06/18 21:40 #

    음, 참 잘 그리는 형이에요. 그림 그리는 사람으로써도 배울만한 점이 많은 형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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