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은 도덕인가.

 우리나라의 사회적 안전망은 튼튼한 편인가? 많은 국가들이 사회적 안전망이라는 개념 조차도 없기는 하지만, 어느정도 선진국이라고 할 수 있는 국가 안에서 한국의 사회적 안전망은 그다지 높지 않은 편이라고 본다. 한국에서 노인이 취업한다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이며, 꾸준히 경력을 쌓아 두지 않았다면 늦은 나이에 뛰어들 수 있는 일이 그다지 많지는 않다. 한국의 사회가 개인 가정에 요구하는 지출소비의 폭은 높은 편이며, 특히나 교육비의 경우에는 상당한 수준이기에 가장들은 자신의 노후 자금을 모으기에 쉽지 않다. 노년층이 할 수 있는 일이 한정되어 있고 가정유지를 위한 지출폭이 큰 우리나라에서 노년층의 사회적 안전망은 다소 불안하다고 볼 수 있겠다.
 이러한 사회에서 한 가장이 자신의 노후를 가장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은 자신의 자식에게 강력한 투자를 하는 것이다. 자식에게 투자를 함으로 통해 자식이 고 소득을 올릴 수 있도록 하고, 이 자식에게 부양이라는 형태를 통해 투자를 회수받고 자신의 안정된 노후의 삶을 보장받을 수 밖에 없는 형태이다. 결국 여기에서 생존이라는 의무는 자식에게 세습될 수 밖에 없다.
 
 이렇게 된다면 도덕적인 삶을 살기 위해서는 취업은 필수적이다. 취업이라는 과정을 통해 가정을 유지하고 자신에게 투자된 비용을 해소하며, 가족을 부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안정된 직장은 선호받을 수 없다. 현대의 직장인들에게 생존이란 이미 자신만의 생존의 문제가 아니라 자신의 배우자나, 자신의 부모세대까지도 같이 생존해야 하는 광범위한 문제가 된다.

 취업은 과연 절대적이고 유일하게 옳은 사회 진출 방식인가? 그렇지는 않다. 연구라던지, 다른 방식을 통해서 취업보다는 활동이 주가 되는 영역의 일들도 많다. 물론 이러한 분야는 외적으로 취직이라는 형태를 취하고 있지만, 실질적인 의미에서 우리가 생각하는 취업과는 약간의 거리가 있다. 결국 가족을 부양할 수 있는 규모의 취업만이 도덕적인 형태가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소득이 적은 방식의 사회 활동이라 하더라도 그것이 온전치 못한 사회 진출은 아니다. 

 하지만 우리 사회의 구조는 자연스럽게 취업, 그것도 고소득의 취업을 도덕으로 전환시킨다. 그렇지 않으면 도덕일 수 없다. 부모의 노후를 책임지는 것은 한국사회에서는 부모의 생존을 보장하는 것이 되기 때문에 그것이 도덕일 수 밖에 없다. 그것은 어쩌면 우리나라라는 사회에서는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굴레가 너무 무겁다.

 

by tranGster | 2009/11/03 02:30 | D:/망상과학대전 | 트랙백 | 덧글(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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